부부 칼럼

서로 다른 원가족의 '거리감과 결속력' 이해하기

황규복
2026-07-23

서로 다른 원가족의 '거리감과 결속력' 이해하기 

글. 황규복 목사/ 김숙경 소장


"그러므로 피차 권면하고 서로 덕을 세우기를 너희가 하는 것 같이 하라 (살전 5:11)"


부부간의 깊은 이해를 돕는 '원가족 그리기'

얼마 전 부부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원가족(原家族, 태어나서 자라 온 가정) 그리기’ 시간을 가졌다. 원가족 그리기는 동적 가족화(Kinetic Family Drawing)를 모티브로 한 투사적 그림 검사의 한 방식이다. 원래 동적 가족화는 상담 과정 중 언어만으로는 가족 관계의 심리를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이다. 가족의 역동과 친밀도 등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내면의 갈등이나 자신도 미처 몰랐던 무의식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원가족 그리기는 부부가 각자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자신과 원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다음, 서로에게 그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가족의 역동과 정서적인 친밀감의 정도, 개인의 기본적인 감정 상태 등 다양한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다 보면 부부는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며, 나아가 부부 갈등을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한 단단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서로 다른 가족 결속력이 부부 갈등에 미치는 영향

원가족을 그리면서 다시 한번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와도 “나는 이런 성장 과정이 있었고”, “내가 갖는 주된 감정은 이런 거야”, “원가족과의 관계는 이랬어” 등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부부 나눔을 많이 해왔지만 나눌 때마다 새롭게 인식되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 원가족을 그리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가족 간의 거리와 그 거리에서 느끼는 애착, 친밀감의 정도였다. 나의 원가족 그림을 보면서 가족 간에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집 사는 가족이지만 서로 연결고리가 없는 모습이었다. 가족 간의 거리감이 상당히 있었고, 자연스럽게 애착 정도와 친밀감의 정도가 매우 낮은 모습이었다. 

반대로 아내는 나와 다른 가족 배경을 가지고 있다. 가족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관계에서 성장했다. 매우 강한 결속을 가진 가족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내는 매우 약한 결속 성향을 가진 나로 인해서 서운함을 자주 경험했다. 자라온 가정 배경이 달라서 결혼 생활 행동 양식이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 지친 상황, 예민한 상태, 부부에게 갑자기 위기 상황이 닥치는 상황 등에서는 성장배경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나의 ‘약한 가족 결속’과 아내의 ‘강한 가족 결속’이 부딪칠 때 갈등과 서운함이 드러났다. 결혼 초기에는 종종 이로 인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약한 결속과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회피하려는 배우자와 쫓아가는 배우자의 쫓고 쫓기는 갈등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원가족 그림을 살펴보면서 상대방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기본 정서의 나눔과 서로를 세워주는 부부 관계

그림 작업을 통해 나의 기본 정서 깊은 곳에 깔려 있는 ‘불안’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누구에게나 불안에 얽힌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듯, 불안의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오지 않는다. 대개 과거에 겪었던 아픈 경험들이 현재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그 원인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고와 맞닿아 있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겪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에 대한 불안의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내게 주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면의 불안으로 인해 내 인생에서 도전이나 열정, 모험, 변화, 창조와 같은 단어들은 몹시 불편하고 회피하고 싶은 개념이 되어버렸다.

아내에게 어린 시절의 성장 배경과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이 불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내는 “아~ 이래서 당신이 그랬구나!”, “이제 당신이 훨씬 더 잘 이해가 돼”라며 따뜻하게 공감해 주었다. 만약 아내가 나의 이런 방어적인 기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요구했다면, 우리 부부의 갈등은 크게 증폭되었을 것이다.

부부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경험한 '원가족 그리기'는 이처럼 부부 사이에 나눌 수 있는 깊고 다양한 대화의 장을 열어주었다. 부부가 부담 없이 각자의 가족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진솔하게 나눈다면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부부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알아가고 격려하며 서로를 든든하게 세워주는 관계다.      


나눔 질문

-내가 자라온 원가족은 서로 거리가 가깝고 결속력이 강했나요, 아니면 각자 독립적이고 거리가 있는 편이었나요? 서로 다른 가족 배경이 스트레스 상황이나 부부 갈등 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솔직하게 나누어 보세요.


-나의 과거 경험이나 가족 배경으로 인해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기본 정서(예: 불안, 두려움 등)는 무엇인가요? 서로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나누고, '아~ 이래서 당신이 그랬구나!'라며 있는 모습 그대로 따뜻하게 공감하고 격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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