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넘어 성장과 성숙으로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에베소서 5장 21절)
설계자의 의도
아내와 가사일을 분담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드럼세탁기였다. 세탁기를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쩔쩔맸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세탁기 전원 버튼 옆으로 나열된,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수많은 기능 버튼들을 마주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대했던 가장 이상적인 세탁기의 모습은 그저 '시작'과 '정지' 버튼만 있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내게 세탁이란 정성껏 의류를 관리하는 과정이기보다, 그저 손쉽고 빠르게 치워버리고 싶은 성가신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처음에는 표준 코스부터 스피드 코스, 헹굼 횟수, 탈수 강도, 울 코스, 물 온도 조절, 그리고 살균 코스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놓인 선택 버튼들을 보며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 둔 걸까?', '실제로 이 수많은 버튼을 다 쓰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세상의 기술 발전 속에서, 나 혼자만 구시대의 유물처럼 덩그러니 뒤처져 있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가사일을 잘 분담하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하게 여겨지는 세탁기와도 어떻게든 친해져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작법이 미숙해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평소처럼 세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마음속에서 다시금 짜증이 왈칵 솟구쳤다.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기계를 설계해 놓은 거야'라며 혼자 투덜거리던 그 순간, 문득 흥미로운 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이 드럼세탁기를 만든 '설계자'와의 상상 속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때에 편하게 쓰지 못해 답답해하는 '나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설계자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기계를 이렇게 세분화하여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 의도를 헤아려 보려 애썼다. 그러자 놀랍게도 설계자의 숨은 의도가 조금씩 마음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아하! 다양한 옷감과 상황에 맞춰 세탁기를 사용할 사람들을 배려해 설계자가 이 수많은 기능을 고심 끝에 넣어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 복잡하고 어지럽게만 보이던 세탁기의 버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며 기계의 메커니즘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설계자의 의도와 세심한 배려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나자, 세탁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답답함도 눈 녹듯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행복이라는 환상과 직면하는 결혼의 현실
집안일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결혼 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만약 아무런 갈등 없이 늘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만 지속된다면, 우리는 결혼을 설계하신 분의 의도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결혼 설계자의 마음을 알고자 절실히 매달리게 될까? 역설적이게도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대했던 결혼의 모습이 좌절될 때, 비로소 자신과 배우자 그리고 결혼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적인 물음은 '도대체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을 설계하신 하나님은 무슨 의도로 결혼을 만드셨고 부부가 하나 되어 살아가게 하신 것일까?'라는 신앙적인 질문으로도 연결된다.
이전의 나는 당연히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최소한 신혼기 때까지는 결혼 생활이란 반드시 행복해야만 하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는 정상적인 결혼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속에 이따금 올라오는 불평과 불만, 짜증을 애써 무시하고 억압하곤 했다. 행복만이 결혼의 최상의 가치이며, 이것이 설계자이신 하나님의 결혼 디자인 목적과 온전히 부합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결혼 생활은 늘 행복하지만은 않으며, 때로는 불만족과 불행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빚어지는 성장과 성숙
부부는 때로 치열하게 다투며 갈등을 겪는다. 며칠 동안 대화를 단절한 채 배우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대하기도 하고, 직면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며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크리스천들은 종종 설계자이신 하나님께 따지듯 원망 섞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만약 지금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낙심하기보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결혼 설계 의도'와 '결혼 디자인의 목적'을 깨달아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부부 갈등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우리는 결혼의 목적이 오직 개인의 행복에만 있지 않음을 배우게 된다. 오히려 성화를 목표로 삼아 서로가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것이 결혼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주님을 향한 성장과 성숙이 결혼을 디자인하신 창조주의 주요한 의도라고 확신하게 되면, 결혼 생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인식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결혼 생활에서 경험하는 불편함과 어려움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며, 그 관계 속에서 나의 섬김과 희생,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어설픈지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결혼을 디자인하신 하나님의 진정한 의도 중 하나는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 희생과 헌신을 삶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 생활에서 깨닫고 느끼는 '결혼 설계자인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이신지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성장과 성숙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결혼의 행복 또한 부부와 늘 함께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눔 질문]
1. 결혼 생활 중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나의 사랑과 섬김이 얼마나 어설프고 미성숙한지 발견하며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솔직하게 나누어 보세요.
2. 결혼의 참된 목적이 단순한 '개인의 행복'을 넘어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가는 '성장과 성숙'에 있음을 받아들일 때, 지금 우리 부부가 마주한 갈등이나 불편함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서로 이야기해 보세요.
3. 결혼의 참된 목적을 묵상한 뒤, 우리 부부의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처럼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고백을 나누어 보세요.

행복을 넘어 성장과 성숙으로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에베소서 5장 21절)
설계자의 의도
아내와 가사일을 분담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드럼세탁기였다. 세탁기를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쩔쩔맸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세탁기 전원 버튼 옆으로 나열된,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수많은 기능 버튼들을 마주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대했던 가장 이상적인 세탁기의 모습은 그저 '시작'과 '정지' 버튼만 있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내게 세탁이란 정성껏 의류를 관리하는 과정이기보다, 그저 손쉽고 빠르게 치워버리고 싶은 성가신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처음에는 표준 코스부터 스피드 코스, 헹굼 횟수, 탈수 강도, 울 코스, 물 온도 조절, 그리고 살균 코스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놓인 선택 버튼들을 보며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 둔 걸까?', '실제로 이 수많은 버튼을 다 쓰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세상의 기술 발전 속에서, 나 혼자만 구시대의 유물처럼 덩그러니 뒤처져 있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가사일을 잘 분담하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하게 여겨지는 세탁기와도 어떻게든 친해져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작법이 미숙해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평소처럼 세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마음속에서 다시금 짜증이 왈칵 솟구쳤다.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기계를 설계해 놓은 거야'라며 혼자 투덜거리던 그 순간, 문득 흥미로운 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이 드럼세탁기를 만든 '설계자'와의 상상 속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때에 편하게 쓰지 못해 답답해하는 '나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설계자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기계를 이렇게 세분화하여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 의도를 헤아려 보려 애썼다. 그러자 놀랍게도 설계자의 숨은 의도가 조금씩 마음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아하! 다양한 옷감과 상황에 맞춰 세탁기를 사용할 사람들을 배려해 설계자가 이 수많은 기능을 고심 끝에 넣어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 복잡하고 어지럽게만 보이던 세탁기의 버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며 기계의 메커니즘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설계자의 의도와 세심한 배려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나자, 세탁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답답함도 눈 녹듯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행복이라는 환상과 직면하는 결혼의 현실
집안일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결혼 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만약 아무런 갈등 없이 늘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만 지속된다면, 우리는 결혼을 설계하신 분의 의도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결혼 설계자의 마음을 알고자 절실히 매달리게 될까? 역설적이게도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대했던 결혼의 모습이 좌절될 때, 비로소 자신과 배우자 그리고 결혼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적인 물음은 '도대체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을 설계하신 하나님은 무슨 의도로 결혼을 만드셨고 부부가 하나 되어 살아가게 하신 것일까?'라는 신앙적인 질문으로도 연결된다.
이전의 나는 당연히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최소한 신혼기 때까지는 결혼 생활이란 반드시 행복해야만 하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는 정상적인 결혼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속에 이따금 올라오는 불평과 불만, 짜증을 애써 무시하고 억압하곤 했다. 행복만이 결혼의 최상의 가치이며, 이것이 설계자이신 하나님의 결혼 디자인 목적과 온전히 부합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결혼 생활은 늘 행복하지만은 않으며, 때로는 불만족과 불행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빚어지는 성장과 성숙
부부는 때로 치열하게 다투며 갈등을 겪는다. 며칠 동안 대화를 단절한 채 배우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대하기도 하고, 직면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며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크리스천들은 종종 설계자이신 하나님께 따지듯 원망 섞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만약 지금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낙심하기보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결혼 설계 의도'와 '결혼 디자인의 목적'을 깨달아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부부 갈등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우리는 결혼의 목적이 오직 개인의 행복에만 있지 않음을 배우게 된다. 오히려 성화를 목표로 삼아 서로가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것이 결혼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주님을 향한 성장과 성숙이 결혼을 디자인하신 창조주의 주요한 의도라고 확신하게 되면, 결혼 생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인식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결혼 생활에서 경험하는 불편함과 어려움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며, 그 관계 속에서 나의 섬김과 희생,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어설픈지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결혼을 디자인하신 하나님의 진정한 의도 중 하나는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 희생과 헌신을 삶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 생활에서 깨닫고 느끼는 '결혼 설계자인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이신지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성장과 성숙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결혼의 행복 또한 부부와 늘 함께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눔 질문]
1. 결혼 생활 중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나의 사랑과 섬김이 얼마나 어설프고 미성숙한지 발견하며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솔직하게 나누어 보세요.
2. 결혼의 참된 목적이 단순한 '개인의 행복'을 넘어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가는 '성장과 성숙'에 있음을 받아들일 때, 지금 우리 부부가 마주한 갈등이나 불편함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서로 이야기해 보세요.
3. 결혼의 참된 목적을 묵상한 뒤, 우리 부부의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처럼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고백을 나누어 보세요.